태그 : 제사

차례드리기.

 (신정이 몇 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본가는 구정을 쇠는데 처가는 신정을 쇱니다. 이에 더하여 몇 일 전 처가 제사가 있었고 이틀 후면 본가 제사가 있으니 요 사이에 차례며 제사에 줄줄이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즈음해서 예전에 한가위 때 차례를 지내며 느꼈던 것을 써 놓은 것이 있어 다시 한 번 올려봅니다.)  


 추석을 맞아 차례를 드렸다.

 

 차를 올리고, 밥과 반찬에 수저를 얹고, 절을 하였다.

 이번에는 물이다. 물을 한 사발 올리고 또 절을 한다.

 

 나의 종교는 가톨릭이다. 아니, 나는 예수쟁이에 가깝다.

 비록 우리 종교에서 제사를 허한다고는 하나 결코 장려하는 것은 아니다. 추석때 위령 미사를 드리는 것도 제사보다는 조상들을 위하여 하느님께 기도드리는 것이 더 올바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게다.

 

  그런데 나, 아무래도 당신들이 가고 나면 당신, 나의 아빠가 했던 것과 똑같이, 되도록이면 정말 똑같이 제사를 드릴 것 같다.

 당신이 차를 받는 모습, 당신이 수저를 놓는 모습, 그리고 당신이 밥을 말아드리고 '할아버지 드시게 조금 기다리자'며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르게 웃으시며 얘기하는 모습, 정말 똑같이 할 것 같다.

 그 때는 우리 아빠가 저 사진 안에 있을 것이고, 내 동생이 내 옆에서 차를 따를 것이고, 우리 뒤에는 사랑하는 나의 아이들과 조카들이 알듯 모를듯한 얼굴로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당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기억하며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정성드레 차를 받고, 수저를 놓고, 절을 하고는 우리 아이들에게 '할아버지 다 드실때까지 기다리자'면서 환하게 웃을 것이다.

 

 할아버지가 이 자리에, 혹은 우리 아빠가 돌아가셔서 그 자리에 다시 오실지는 잘 모르겠다. 아니, 내가 생각하기에는 아마도 오시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난 여전히 당신 사진 앞에서 절을 할 것이다.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당신의 손짓, 발짓 하나하나를 내 마음 깊은 곳에 새기며. 그 정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하며.

 그리고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이 - 그 아이들은 아마도 성당이나 교회를 다니거나 혹은 다른 종교인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 나를 보며, 나와 나의 동생을 지켜 보며 언젠가 우리를 이해할 날이 올 때까지, 우리의 몸짓에 묻어 나는 깊은 정을 느낄 때까지 그저 지켜볼 것이다. 그 어떤 강요도 없이.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나의 아빠,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이글루스 가든 - 매일 매일 한 편의 글쓰기.

by 키세스 | 2008/12/29 13:14 | 사는이야기 | 트랙백 | 덧글(0)

◀ 이전 페이지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