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아시대] D+50, 우리 수아가 달라졌어요!
- 작성자
- 김지훈
- 작성일
- 2010.06.19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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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시즘, 혹은 푸닥거리라고 들어봤는지?
흔히들 귀신들린 것을 내쫓는 의식이라고 알려져 있다.
어떤 유모가 새로 맡은 집에 가서 아이가 치근거리고 우는 모습을 보고 "악귀야 물러가라!"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수아를 잘못된 조건형성에서 소거시키는 것은 마치 귀신들린 아이를 엑소시즘 하는 것과 같았다.
아기는 원래 순한 아이였다. 조리원에서도 그랬고 병원에서도 그랬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산후조리사의 손에 들어가서부터 돌변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안아 주지 않으면 찡찡대고 보채던 것이 최근에 들어서는 안아주어도 계속 찡찡대고 땅에다 내려놓으면 몇 분도 안 되어 깨어나곤 했다.
무언가 잘못되어 있었다.
아내도, 아주머니도, 나도 지쳐가고 있었다.
개입이 필요했다.
잘 보니 아기는 조건형성되어 있었다. 다시 말해 우는 것이 강화되고 있었던 것이다. 아기가 울면 바로 달려가고 아기가 울면 포지션을 바꿔주고 아기가 울면 들어올려주는 것이 반복되면서 아기는 점점 더 '잘 우는'아이가 되어 갔던 것이다.
어젯밤 아내와 아주머니를 밖에 놔둔채 방문을 잠궜다. 그리고 아기의 배와 가슴을 쓰다듬으며 "쉬-, 쉬-"하는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간간히 아기에게 "아빠는 너를 사랑한단다."라며 속삭여주었다.
아기가 점점 찡찡대기 시작했다.
이윽고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분명 이 시점에 안아주어야하는데, 라고 생각하는지 목청이 더 커졌다. 그러나 나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계속 아기를 쓰다듬을 뿐이었다.
아기는 결국 악을악을 쓰기 시작했다.
귀청이 울렸다.
밖에서는 아내의 흐느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기가 우는 것이 마치 악귀가 울부짖는 소리와 같았다.
그러나 나는 확고부동했다.
아기를 계속 쓰다듬을 뿐이었다.
이윽고 아기가 잠잠해진다. 아기의 얼굴은 평온하다.
서러운 얼굴이 아니다.
안아주지 않았는데도 누군가가 옆에 계속 있고 그가 자기를 사랑해주고 지켜주고 있다는 것이 이제 조금 믿기나보다.
그러기를 한 1분, 그러나 또 다시 발악이 시작되었다. 사투는 계속되었다. 같은 짓거리를 한 번 더 반복하니 약 20분이 흘렀다.
아기는 잠들었다.
방문을 나와 아내와 아주머니에게 단호하게 얘기했다.
"아기 잠투정할 때에는 더 이상 안아주지 마세요. " 뜨악한 두 사람의 얼굴에 놀란 빛이 비친다.
"아기의 울음을 우리가 강화했던 거에요. 아기는 땅바닥에서 자고 싶은지도 모르는데 어쩔 수 없이 어른들의 손 위에서 자세를 맞추느라 스스로 더 힘들어하고 있었던 거구요."
아직 믿을 수 없다는 눈치다.
"아기 지금 자요. 한 번도 안 안아줬어요."
"정말? 한 번도?" 아내가 못 믿겠다는 듯 물었다.
"그래. 한 번도 안 안아줬어. 지금 얼마나 평화스럽게 자는 지 들어가서 봐."
아내과 아주머니는 방에 들어가서 평화스런 광경을 보았다.
밤새 아기는 잘 잤다. 지금까지 아침 다섯 시에 일어나 낑낑대며 아주머니 배 위에서만 자던 것이 오로지 배만 쓰다듬어 주었는데 아홉시까지 잘 잤다.
이튿날인 오늘 아침, 아주머니와 아내는 기쁨과 놀라움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아기는 낮잠 잘 때 한 번 더 나와 사투를 했다. 그러나 20분이었던 시간은 10분으로 줄어 있었다.
아기는 점점 더 편해했다. 누워 있을 때에도 혼자 잘 놀아 아내와 아주머니가 오히려 어색해했다.
그리고 방금 여섯 시 반에 아기 목욕시키고 45분에 아기를 재우러 들어가서 55분에 나왔다.
당연히 한 번도 안거나 업지 않았고 아기가 울지도 않았다.
우리 수아가 달라졌다.
* 학습심리학적으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조작적 조건형성과 소거
울음 => 안아준다 (보상) => 울음의 강화; 점점 더 운다.
울음 => 안아 주지 않는다 (무보상) => 울음의 소거; 더 이상 울지 않는다.
(2) 체계적 둔감화
쓰다듬어준다 (무조건자극) => 포근함(무조건반사).
잠 (중성자극) => 무반응, 혹은 무서움.
쓰다듬어준다 (무조건자극) + 잠(중성자극) => 포근함.
잠 (조건자극) => 포근함(조건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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